‘포용과 통합의 언어’를 고를 시간[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입력 2020-10-30 03:00수정 2020-10-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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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외국인이자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긴다. 한국은 다른 다문화 국가들과 비교해 빠른 시간 안에 다문화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어 도입해왔다. 일찍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다른 선배 국가들의 사례나 정책을 비교하거나 배울 필요가 없어졌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열정이 넘치는 나라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만의 특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문화 사회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용어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길거리에서 쉽게 외국인을 마주치고 TV 프로그램에도 외국인이 자주 출연한다.

한국 사람들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의사소통할 때 큰 장점이지만 때로는 용어를 선택할 때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적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다문화인으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사람들은 장소와 때에 따라서 필자를 다양한 호칭으로 불렀다. 행사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주최 측에서 용어를 다양하게 쓰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에서 쓰는 용어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때 나는 ‘대한외국인’이 되었다가 또 다른 행사에서는 ‘국제 가족’이 되기도 했다. ‘다문화 가족’이나 ‘글로벌 가족’의 일원이 된 적도 있었다. ‘이주민’이었던 날도, ‘결혼 이주자’였던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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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각 용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는지 떠올려봤다. ‘다문화인’이나 ‘다문화 가족’ 등 ‘다문화’라는 용어가 들어가게 되면 경제 수준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을 떠올리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다문화’라는 용어가 들어갈 경우 위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다음은 ‘대한외국인’이나 ‘글로벌 가족’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이렇게 불리는 사람들은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기 일쑤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나 ‘국제결혼’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어떤 사람들을 특정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다양하게 쓰는 말을 이제 한 단어로 정의내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은 서로를 부를 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서로 친근하게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용어가 중요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으로 와 정착한 사람들이나 귀화한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을 때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제는 다문화 가정을 칭할 때도 ‘우리나라에 건너온 우리 국민’이라고 생각하되 공식적인 서류에 출신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국도 충분한 다문화 경험을 가진 나라가 됐다. 각국에서도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체 인구는 감소하면서 외국인 귀화인구는 갈수록 늘어 2024년엔 외국인이 총인구의 5%를 넘는 다문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이 다문화 인구를 어떤 용어로 포용할지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인지 ‘다문화’인지 ‘글로벌 가족’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 속 언어의 약속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차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한국#다문화#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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