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검은 백조[횡설수설/박중현]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7-02 03:00수정 202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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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옥스혼 연구개발(R&D) 캠퍼스의 인공호수에는 검은 백조 4마리가 산다. 런정페이 회장 지시로 마리당 120만 호주달러(약 9억9500만 원)를 주고 호주에서 수입했다. 검은 백조를 보며 연구원 2만 명이 고정관념을 깨고 상상력을 키우라는 취지다.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그제 중국 공산당 및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구입하는 통신업체엔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 통신시장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백도어(뒷문)’가 화웨이 장비에 심어져 있다고 본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대수 기준)인 화웨이는 미중 신(新)냉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1987년 회사를 세운 런 회장이 아무리 부인해도 실제론 중국 권부 소유의 회사라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비상장회사여서 런 회장 지분이 1%에 불과하다는 점 외에 지배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다. 화웨이(華爲)란 이름은 ‘중화민족을 위해 행동한다’는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따왔다.


▷미국 당국은 2007년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뉴욕 출장 중이던 런 회장을 조사했다. 중국 제조업의 질적인 성장을 꾀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이 발표된 2015년 이후 미국의 경계심은 높아졌다. 5G 선두주자인 화웨이에 첨단산업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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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에 얽힌 한국의 이해득실은 복잡하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연간 10조 원 규모의 D램, 낸드플래시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자국 기술, 장비가 사용된 반도체 공급 통제를 강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5G 장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다. 미국의 압박에 서구 선진국 업체들이 화웨이 장비 구매를 꺼리고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중국을 뺀 공급체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블랙 스완’이란 책에서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뒤 검은 백조는 ‘도저히 발생할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란 뜻을 얻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첨단기술 굴기를 뽐내온 화웨이엔 코로나19가 검은 백조가 될지도 모른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화웨이#블랙 스완#금융위기#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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