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기 버거’를 선호하는 이유[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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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이른바 가짜 고기가 북미 등 일부 지역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아는 식물성 패티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지난해 테스트 매장 몇 군데서 선보인 뒤 올해 정식 메뉴로 출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업체인 비욘드미트 역시 소포장된 소비자용 제품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공급용 제품들을 올해 한국에 소개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먼저 주목되는 점은 가격이다. 롯데리아의 식물성 햄버거 가격은 5600원으로 비슷한 스펙인 불고기버거의 가격 3900원에 비해 훨씬 비싸다. 맛은 더 뛰어날까? 맛이야 개인적인 선호에 달려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이 제품의 매력은 맛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롯데리아 같은 큰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채식주의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에 대해 환영과 응원을 보낸다.

응원의 중심에는 밀레니얼과 Z세대, 즉 ‘MZ세대’가 있다. 이 세대는 대체 왜 식물성 햄버거를 좋아할까. MZ세대의 ‘플렉스’ 문화와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다. 플렉스는 소비를 과시한다는 뜻의 유행어다. 이들은 20만∼30만 원에 달하는 이어폰을 구매하거나 더 비싼 명품을 구매한 뒤 자랑한다. 사치품을 사서 가격표를 그대로 노출한 채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한다든가, 맛집을 찾아가거나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영역엔 한계가 없다. 내 스타일과 취향, 개성을 뽐 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식물성 고기를 소비하며 남에게 과시하는 것도 과거 사치품을 자랑하는 데서 얻었던 사람들의 효용을 인정한다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 MZ세대의 문화 이면에는 또 다른 가치가 숨어 있다. 바로 유대감이다. 모바일과 SNS에 익숙한 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는 유대감의 존재다. 가족이나 이웃, 직장동료 간에 머물던 유대감은 이제 게임이나 소셜미디어로까지 넓어졌다. 서로를 ‘남’이 아닌 ‘우리’로 여기기에, 자랑하고 자랑을 듣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롤렉스 시계를 자랑하는 래퍼의 스토리에는 눈물겨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사치품에 대한 열광이나 스타에 대한 팬덤이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공감과 응원으로 이어진다.

MZ세대만의 공감과 유대감은 기후변화에 갈 곳을 잃은 북극곰과 플라스틱 빨대에 고통 받는 바다거북에게도 이어진다. 이들은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영상을 보고 지나치지 않는다.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링크 하나만 공유해도 온라인에서 모이고 손쉽게 대화와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굳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거나 그룹을 만들지 않더라도 해시태그를 통해 연결된다.

MZ세대의 확장된 유대감과 공감 능력은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생각 차이를 설명해준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동물들의 복지를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더 열 수 있는 가치소비로 이어간다. 사실 가치소비 역시 MZ세대에겐 플렉스의 일종이기도 하다. 식물성 고기를 소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을 아끼고, 또 도축돼야 할 동물들을 살리는 일은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MZ세대의 일이다. 누군가는 맛없는 콩고기를 왜 먹느냐고 할 수 있지만 상관없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며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나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라고 폄하하지만 나의 가치소비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이들도 존재한다.

MZ세대는 제품의 질과 가격을 비교하는 가성비 계산에서 벗어나 그 나름의 합리성을 만들어 간다. 이 세대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제품 그 자체만을 보지 않고 어떤 키워드가 이들 사이에서 공감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키워드를 잘 담아낸 제품과 마케팅을 어떻게 기획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식품업계에서 이미 친환경적인 포장지와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퓨처푸드의 키워드들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둘째 호(299호)에 게재된 ‘비싸고 맛없어도 나만의 Flex’를 요약한 것입니다.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 sidoo@fflab.kr
#콩고기 버거#식물성 단백질#가짜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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