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사고로 신뢰 잃은 한국금융, 위험관리 역량 대폭 높여야

동아일보 입력 2020-05-16 00:00수정 2020-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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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한국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자들에게 1조6679억 원의 손실을 안긴 라임 사태는 금융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대표적 사례다. 라임자산운용은 5년 만에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에 올랐지만 작년 10월 펀드 환매 중단에 이어 수익률 조작 등이 드러나면서 회사 및 증권사 관계자, 뇌물을 받은 전 청와대 행정관 등 10여 명이 구속됐다. 라임 사태 직전에는 독일 국채 등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피해를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문제가 불거졌다. 연이어 발생한 사모펀드 사고들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2조5000억 원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금융권의 실력은 낯 뜨거운 수준이다. 사모펀드들이 비양심적으로 운용한 것은 물론이고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까지 마구잡이로 부실 펀드를 판매했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로 줄어드는 예대마진을 판매수수료로 벌충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부실 펀드를 판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74%의 응답자가 “금융회사의 윤리의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로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싸늘하다.


금융당국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간의 모험자본을 기업에 원활하게 공급하고 금융을 선진화한다는 취지로 2015년 규제완화법이 도입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사모펀드는 현재 500조 원까지 시장 규모가 증가했다. 판은 커졌지만 사후 감독은 소홀해 무리한 투자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졌다. 지난달 말 뒤늦게 500억 원 초과 사모펀드의 외부 감사를 의무화했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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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나타난 ‘동학개미운동’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2월 말 기준 1090조 원이나 된다. 투자자들의 소중한 자금을 기업과 생산적 투자에 연계해 경제를 원활하게 할 금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의 내부 통제체계를 개편하고 위험관리 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금융시장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새로 태어나야 할 시점이다.
#경제위기#한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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