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몽골, 800년 넘은 우정[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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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국에서 생활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국인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가 한국인인 줄 알았다고들 한다. 사실 몽골인과 한국인은 외모로 봤을 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필자는 한국에 처음 유학 올 무렵에 10대 후반이었으며, 양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몰라도 되는 나이였지만, 현재는 한국과 몽골을 몰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달 지면을 통하여 많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다. 이번 글은 몽골과 한국 두 나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글이다. 올해는 한국-몽골 수교 30주년이 되는 의미 깊은 해다. 길게 보면 원나라와 고려가 1219년 형제맹약을 맺었으니 두 나라의 관계가 800년을 넘은 셈이다. 당시 원나라 칸인 칭기즈칸의 친손자 쿠빌라이칸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을 고려 25대 충렬왕에게 시집보냈다. 이를 비롯해서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원나라의 공주 7명은 한국에서 일생을 보냈다. 아마도 한국인과 몽골인이 결합한 다문화가정의 뿌리가 이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몽골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닮은 부분도 많았다. 이를 몽골풍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남아 있는 문화 흔적이라면 전통혼례식에서 보이는 신부 화장 중 연지곤지가 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소주도 몽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0년 전 고려에 몽골풍이 존재하였다면 오늘날 몽골에서는 한국풍이 유행하고 있다. 몽골에서 가까운 이웃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한국 순이다. 몽골 수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풍은 24시간 편의점, 대형마트, 화장품 가게 등이다. 한국의 가게들을 그대로 가져다 차린 셈이다. 심지어 몽골의 기업 문화도 한국과 꼭 닮아 가고 있다. 한국은 몽골이 경제 모델로서 의존하는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몽골인만 한국을 짝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몽골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몽골에 ‘한 번만’ 오는 한국인은 없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몽골인 수는 4만8000여 명이다. 이는 몽골 전체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정마다 한 명씩은 한국에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에서 지내 본 몽골인은 고향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현재 몽골에 들어가 있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 비결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한국에 사는 몽골인들이 대구 지역을 도우려는 취지의 모금운동을 했다. 이 모금운동에 총 920여 명이 동참했다. 외국인 노동자부터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다양한 몽골인들이 함께했다. 이번 모금운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주한 몽골인들이 평상시 한국에 깊은 애정과 우정을 갖고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국가 간 교류만이 아니라 인간미가 느껴지는 인적 교류가 이곳저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연을 보며 국가 대 국가 교류가 아닌 다양한 교류가 존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두 나라의 미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한-몽골 수교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앞으로도 힘들 때 서로 응원해 주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 양국의 특별한 인연이 천년만년 이어지길 기원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몽골 수교 30주년#한국풍#몽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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