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성열]민노총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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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하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왼쪽)과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 뉴시스
악수 하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왼쪽)과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 뉴시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앞으로도 정부의 일자리 관련 위원회나 부처와의 정책협의, 대화는 충분히 할 의사가 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각종 정부 위원회와 노정교섭에 빠짐없이 참여해왔다”고 강조했다. 자리를 만들어 초청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말에도 김 위원장은 “정책협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흔쾌히 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17년 5월 10일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 업무지시’로 내렸다.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양대 노총 위원장을 근로자대표 위원으로 위촉했다. 민노총은 이 일자리위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정작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4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선 경사노위 참여 대신 총파업 등 강경투쟁 노선만 강화했다. 전날 탄력근로제 확대를 막겠다며 국회 담장을 허무는 ‘폭력 시위’로 김 위원장 등 50명이 경찰에 입건된 직후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밧줄 등이 사용된 점으로 미뤄 지도부가 치밀하게 폭력시위를 준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를 힘으로 제압하려 한 민노총을 두고 여론이 싸늘하다. 민노총 내부에서도 강경투쟁만 일삼는 지도부 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김 위원장의 10일 발언은 이런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위 참석을 계기로 민노총이 투쟁만 고집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를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 입법을 통해 기업 숨통을 틔우고, 정규직 노조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양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를 주도한 경사노위에 불참한 채 장외 투쟁으로 일관했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산되자 “투쟁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정부와 충분히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김 위원장의 ‘대화 발언’을 두고 노동계 원로는 이렇게 해석했다. “노동계가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정부 위원회에만 참여하겠다는 심산 아니겠나.”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일자리 위원회#민주노총#탄력근로제#노동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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