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는 원래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론 콘텐츠를 가르쳐 올바른 미디어 수용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 해독 교육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정보가 넘치면서 단순히 뉴스를 읽고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사실 파악조차 충분하지 못하게 됐다. 정보의 홍수에서 가짜와 진짜 뉴스를 선별하고 전달자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려면 창의적인 수용자를 만드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을 파악해 이미 미디어 교육을 학교에서 사회 모든 분야로 확대했다. 필자는 5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팀 일원으로 캐나다 밴쿠버를 찾아 미디어 리터러시 추진 상황을 살펴봤다. 캐나다 사회의 목표는 ‘모자이크 사회’다. 80여 개국 출신 이민자들이 만든 캐나다 사회는 그만큼 다양성이 크다. 미국이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국민들을 용광로에 집어넣어 하나의 시민을 만들어내는 이민 정책을 펼쳤다면 캐나다는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간직하는 다문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 대신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하며 화합하는 삶을 추구한다.
이런 시민들이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주체 의식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지역 신문과 방송이다. 밴쿠버 최대 일간지 ‘밴쿠버 선’은 독자들이 취재 정보를 제공하면 기자들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는 쌍방향 뉴스 제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외 지역 독자들을 위해서 ‘프로빈스’라는 신문을 따로 발행해 사건 등 지역 밀착 뉴스를 다루고 있다. 인근 70여 개 대학에 전문기자들을 보내 강의를 담당하게 하고 지역이슈 토론에 패널로 참여하게 한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의 밴쿠버 지사는 모자이크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구성원 모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공공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디어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정체성을 갖도록 한다. 특히 원주민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원주민 중 고등학생 대상으로 저널리즘 교육을 실시하며 이 가운데 10% 정도를 채용한다.
이런 노력은 박물관과도 연계해서 진행된다. 밴쿠버 박물관은 올 3월부터 원주민 유물들을 전시하면서 원주민들과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은 벽에 시민들이 화해의 메시지를 써서 붙이게 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민자 가정의 폭력 등과 관련된 상담을 하고 있으며 재활, 사회 복귀 등도 도와주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고 싶은 나라’로 꼽은 캐나다는 이런 사회교육 체계로 더 성장하고 있었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지역 기관, 단체들이 연계해 사회의 중심 가치를 전파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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