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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北-美회담장 떠오른 판문점, 세기적 ‘평화의 場’ 되길

입력 2018-05-02 00:00업데이트 2018-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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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0일 전후 열릴 것으로 알려진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한 장소로 4·27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누구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제3국이 아닌 그곳(판문점)을 선호한다”며 “그곳에서 일이 잘 풀린다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봐선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판문점으로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다. 공식 명칭이 공동경비구역(JSA)인 판문점은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곳으로, 이후 65년간 분단과 대결의 현장으로 남아있다.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데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판문점 남측 지역은 유엔군사령부 관할이고 그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자신들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 관할권 아래 자유의집은 우리 통일부가, 평화의집은 우리 국가정보원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등 다른 장소도 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판문점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끝내 서방세계 깊숙이 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동시에 남기게 된다. 스위스 유학도 다녀온 김정은이지만 권좌에 오른 이래 해외 방문은 올해 3월 사회주의 중국을 다녀온 게 전부다. 물론 판문점 회담 개최는 김정은에게 미국이 압박보다는 회유 쪽에 방점을 두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일 수도 있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은 그 성과에 따라 문 대통령이 참여하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의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이 ‘올해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한다’고 합의한 만큼 판문점은 3국 정상의 종전선언 현장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낳은 성과로 기록될 것이지만 그만큼 우리의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판문점에선 한반도 평화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각종 이벤트가 쏟아질 수도 있다. 높은 기대의 뒤편엔 큰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북-미 두 정상은 오히려 거친 협상가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협상장을 나올 것”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상징적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고, 그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진정한 평화를 이룰 단단한 합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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