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코드 색안경’으로 검증의 눈 가렸나

  • 동아일보

코스닥과 비상장 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려 불공정거래 의혹에 휩싸인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이유정 씨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의혹을 인정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논란이 된 주식 투자에 문제가 없는데도 ‘여론이 안 좋아’ 사퇴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런 해명에 국민들이 수긍할지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사퇴와 별개로 내부자거래 의혹 조사에 착수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푸는 것이 옳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중도 낙마한 고위 공직 후보자가 5명이나 된다.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문재인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 대통령은 부적격 인사 5대 원칙인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병역면탈 부동산투기에 중복으로 걸리는 인사들도 임명을 강행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위장전입에 논문표절, 음주운전, 고액 자문료 수수 등의 문제를 안고도 장관이 됐다. 논문표절로 교수 자리에도 부적격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나 자기표절과 세금탈루 등 삶의 궤적이 공정과는 거리가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도 코드 인사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식품 안전과는 거리가 먼 약사 출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금까지도 ‘함량 미달’ 소리를 듣고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는 청와대의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뜻이다. 이유정 씨의 경우 재산의 90% 이상을 주식으로 갖고 있어 재산 형성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다. 공직 후보자가 청와대에 제출하는 200개 문항의 서면답변서에 비상장 주식 거래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입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는데도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급하게 출범한 정권이라고 해도 인사·민정수석실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런데도 이런 부적격자들을 누가 추천했는지, 검증은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사는 정권의 도덕성과 능력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인사 시스템을 수술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길 바란다.
#이유정#문재인#문재인 인사 5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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