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허문명]주한미군 평택시대

입력 2017-07-12 03:00업데이트 2017-07-12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산신항 광양항과 함께 3대 국책 항만인 평택항은 한중(韓中) 물류의 핵심 거점이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중국 비중이 90%에 가깝다. 평택항에서 배를 타고 가면 바로 닿는 중국 장쑤성 롄윈강은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이어지는 중국 횡단철도의 시작점이다. 우리 쪽으로 보면 중국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최단거리 철도 물류의 출발점이 평택항이다.

▷11일 미 8군사령부가 경기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에 둥지를 틀었다. 내년 말 전국 35개 미군부대와 7개 훈련장, 513동의 시설이 여의도 면적 5배의 땅에 들어서면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가 된다. 지하벙커 작전센터는 한반도 유사시 전쟁을 지휘하는 심장부다.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고 미 하와이 태평양사령부, 워싱턴 펜타곤과도 직접 연결된다. 주한미군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한강 이남으로 물러나 서울이 공격당하면 자동으로 군사 개입을 하게 되는 인계철선(引繼鐵線·trip wire) 족쇄도 풀렸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작전개념도 바뀐다. 미군 감축으로 몸집은 작아졌지만 흩어졌던 전력을 평택항과 평택역, 오산기지와 가까운 곳에 모음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역에 대한 기동성이 높아졌다.

▷평택기지 이전에 가장 심기가 불편한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미국은 2004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아시아 주둔 미군을 중국 봉쇄를 위한 첨병 역할로 업그레이드했다. 미군이 버티는 한 중국 함대가 자유롭게 태평양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택기지는 세계 최대 대중(對中) 미국 전초기지인 셈이다.

▷팽성읍 인구(3만 명)에 미군과 가족(4만 명), 기타 유입 인구까지 합하면 평택 기지를 중심으로 15만 명이 사는 새 도시가 탄생한다. 기지 이전 축하 축제가 계획됐지만 ‘반미시위’ 협박으로 중단됐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경찰과 군이 투입될 정도로 격렬했던 기지이전 반대 시위대를 향해 “대한민국이 당신들만 사는 나라냐”고 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곧 평택 기지를 방문한다면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한미동맹의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