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구에 예산 많이 갔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자기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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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지역구에 예산이 충분히 많이 가고 있다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지역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서도 “사업안을 만들어 보내면 언제든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가 지역구에 ‘예산 폭탄’을 어느 정도 퍼부었는지 상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예산권을 쥔 기재부 수장으로서 적잖은 예산 지원을 한 모양이다. 지난해 예산 편성 때 논란이 됐던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경산시 하양읍까지 연결)의 경우 당초 국토부는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30억 원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낸 예산안에 없었던 ‘경산 글로벌 코즈메틱 비즈니스센터’ 건립비용도 기재부가 10억 원을 신규로 편성했다. 최 부총리가 휴가 기간 중 준공식에 참석한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는 2013년 착공 후 꾸준한 국비 예산 확보로 완공됐다. 지난해 말엔 총사업비 450억 원이 들어가는 메디컬 융합소재 활성화 사업도 유치했다.

지역구 의원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챙기고 예산 확보에 애쓸 수는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자 부총리로서 국가경제 전반의 타당성보다 지역구 주민의 환심을 사는 데 국민 세금을 쓴다면 ‘자기정치’를 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현역 의원을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재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부터가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겨냥한 장관들의 ‘개인적 행로’를 두 차례나 문제 삼고 시정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영(令)에도 아랑곳없이 콩밭에만 마음이 가 있는 장관들은 차라리 해임하는 게 공직자 기강 확립을 위해서도 낫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월 “입각한 의원들은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 하지 말라”고 한 경고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구#예산#최경환#자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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