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에 가차 없이 대응” 한민구 국방장관 믿기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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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 성공에 대해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과도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이 북의 위협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어제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보고에서 “우리 군이 갖추고 있는 전력과 발전 방향을 고려하면 국민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군은 여러 대응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즉각 운영할 수 있는 태세도 발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갖고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말을 쏟아내는지 믿기 어렵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한 장관에게 “북한의 새로운 군사적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위협 수준과 우리 대응 능력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려 달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 대처에 소극적 인상을 주었던 야당이 되레 군을 걱정하고 나설 정도다. 어제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 장관은 “킬 체인 등은 북한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주요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SLBM에 대해서는 제한되는 점이 있다”고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

이날 오전 당정협의에서 한 장관은 “도발에 대한 응징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적이 도발하면 가차 없이 대응해 도발의 연대 고리를 확실히 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과거 “도발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 및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군의 다짐은 매번 공수표로 끝났다. 북이 작년 10월 대북전단 살포에 발끈해 경기 연천군 일대 우리 영토로 총탄을 발사했을 때도 군은 비슷한 수준의 응사를 넘는 응징은 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북의 SLBM 발사에 대해 “미국 한국 일본은 새로운 미사일방어망을 갖춰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과 한국에 실질적인 핵 타격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우리 군의 자세는 안이하다. 북한은 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맞설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는 위협성 통지문을 보냈다. 우리의 안보 컨트롤타워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지만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안심하란다고 해서 국민이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방부#SLBM#킬 체인#K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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