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영식]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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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정치부 차장
김영식 정치부 차장
선택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 파장을 몰고 온다. 그 결과가 나에게 좋으면서 주변 모두를 만족하게 한다면 모르지만, 현실에선 흔치 않다. 그래서 나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가족과 친구가 소중한 법이다.

한국 외교의 환경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국가 간에는 가족이 없다는 점만 뺀다면…. 그런 만큼 외교 무대에선 우방국, 동맹국이 소중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이런 선택의 어려움과 국제사회의 역학구도를 잘 보여줬다. 정부가 중국의 ‘사드 간섭’을 배격하고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과정에선 곱씹어 볼 대목도 많다.

사드를 두고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관한 정부의 ‘3노(No)’ 설명은 중국의 반대 공세를 가중시켰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인 AN/TPY-2의 탐지 범위가 2000km에 이르는 것에 주목하고 자국의 미사일 전력을 감시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사드 레이더가 배치된다고 해도 중국 내륙의 전략미사일 기지까지 탐지하지는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의 주장이 과하다는 뜻이다.

중국도 사드 문제는 북한 핵문제에서 시작했고,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외교안보 정책의 1순위로 두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사드 반대 의사로 한국 정부를 압박한 것은 ‘어느 선’까지 한국이 흔들릴 것인지 점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고위급 외교관은 종종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중국이 한국을 무시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엔 무대에서의 대북제재를 두고 중국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나오던 얘기였다. 사드 논란은 그런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제질서 접근법인 ‘신형대국관계론’을 들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재균형 전략’과 맞서면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중국이 한미동맹 관련 사안도 건드리기 시작한 마당에 다른 분야의 문제가 한중 간에 불거지면 얼마나 큰 압박을 할 것인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스타일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사드 논란이 불거지던 중 한국을 방문한 중국 고위급 인사가 ‘마늘 문제는 잘 해결됐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도 놀라운 대목이었다. 2002년 7월 이른바 ‘마늘 파동’이 불거지자 중국은 비례성을 떠난 총력전으로 통상 분쟁을 불사했다. 마늘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정부가 898만 달러어치의 마늘에 대한 관세를 올리자 중국은 5억 달러가 넘는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했다. 그런데도 ‘잘 해결됐다’는 중국 측 인식은 불편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로 중국의 사드 간섭 문제를 정비했다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사드 논란은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론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진 첫 시험대라는 평가가 많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1일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사드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잠복된 문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등으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관계가 깊어지겠지만 여전히 한국의 안보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사드 논란이 잘 보여준 셈이다.

다만 중국의 사드 간섭을 일차적으로 정비한 현 시점에선 사드 배치를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사드가 장사정포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모두 막는 절대 무기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국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김영식 정치부 차장 spear@donga.com
#친구#외교#사드#한미동맹#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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