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마디]강압적인 학교 신입생 서약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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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니는 모범적인 두 학생의 학부모다. 얼마 전 고교에 입학하기 전, 신입생이 되는 아들이 학교 제출용 서약서를 보여 줬다. 서약서는 “저는 ○○고등학교 2015학년도 신입생으로서 재학 중 학교의 교육 방침에 순응하고 학업에 충실하며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이며 교칙을 위반하였을 때는 어떤 처벌도 감수할 것을 학부모 연서로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서약서를 보면서 왠지 나와 아들이 ‘을’이고, 학교가 ‘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국민은 법을 준수하고 학생은 교칙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학교는 처벌하는 곳이 아니라 먼저 아이들의 꿈을 키워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면서 책임도 지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서약서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가질까. 벌써부터 가해자, 죄인이 된 기분은 아닐까. 이런 감정은 아마도 학부모라면 모두 느꼈을 것이다. ‘어떤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말엔 형사, 민사, 전학, 퇴학 등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친구들과 놀다가 실수로 무슨 일을 저질렀을 때까지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까. 학교 당국도 굳이 그런 의미를 담고자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당국부터 이런 강압적인 단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교칙에 상응한’ 또는 ‘교칙에 합당한’ 등의 식의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꿔 줬으면 한다.

안동영 부산 중구 대창동1가
#학교 신입생#서약서#강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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