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객까지 잡아 가두는 北에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나

  • 동아일보

북한이 지난 주말 중국 다롄에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원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북한 대외경제성 산하 원산지구개발총회사 관계자는 “(금강산의) 현대 자산을 몰수하지 않았다”며 “여러 나라의 투자자와 손을 잡으려는 것이지만 남측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김정은이 주도하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위한 외국자본 유치를 전담하는 부서다. 이 회사까지 나섰으면 대북(對北) 투자 제안에 김정은의 의중이 실렸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의 최측근인 합영투자위원장 출신의 이수용 외무상도 5월부터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에 이어 최근 이란까지 방문해 외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외자를 끌어들이는 데 부쩍 힘을 쏟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성공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남측 관광객을 사살해 관광이 중단되자 2010년 4월 남측 자산을 몰수하고 동결했다. 이제 와서 하급 관리가 “현대 자산을 몰수하지 않았다”고 한마디 한다고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 경제 교류를 재개할 수는 없다. 북한이 자산을 몰수한 것이 아니라면 남한 정부와 관광공사, 현대아산이 소유한 부동산과 시설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허용하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말로는 외자를 유치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자본 유입을 막는 모순된 행동을 해왔다. 3차에 이르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의 제재를 자초해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가장 효과적인 투자 유치 정책은 핵을 포기해 국제 제재를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관광객 2명을 포함해 미국인 3명을 장기 억류하고 있다. 관광객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 거액을 투자할 외국 기업은 없다.

우리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면 5·24 대북 제재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남한의 투자를 유치해 경제발전을 시도할 생각이라면 남북대화를 거부해선 안 될 것이다. 남한만큼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큰손 투자자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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