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사회가 어제 총장 간선제 선출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달 교직원과 외부 위원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1위로 추천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2위로 추천된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선출하자 서울대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등은 “정책평가에서 1위를 한 오 교수를 토론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사회가 떨어뜨린 것은 대학 자율성과 민주성을 유린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대 법인 정관에 따르면 총추위의 역할은 총장 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순위에 상관없이 이 중 한 명을 뽑도록 돼 있다. 따라서 총장 선출 과정에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총추위가 1순위로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가 뽑지 않았다고 해서 교수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성인답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대의 이번 내홍은 한편으로 이사회에서 현 오연천 총장의 영향력이 강력하고, 다른 한편으로 총추위가 직선제적 요소를 밀어붙이면서 일어났다. 오 총장은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초대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15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는 총장과 그가 이사로 지명한 부총장 2명이 포함된다. 현 총장이 후임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여서 불공정 시비에 취약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지난주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사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소위원회를 통해 총장의 이사장 겸직 문제 등 제도적 개선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단, 교수들의 파벌 갈등과 총장 후보의 인기영합주의를 막을 수 없고 대학 개혁을 추진하기 힘든 직선제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가 각각 본회의와 비상총회를 열겠다며 승복하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판에서 선거 불복 투쟁을 벌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성의 상징이어야 할 서울대 교수들이 정당한 민주주의 절차를 흔드는 반(反)지성적 행태를 보이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