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세월호는 팽개치고 벌써 7·30 재보선만 생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여야 원내대표가 어제 19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과 국정감사 및 세월호 국정조사 일정을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전반기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5월 30일까지 완료했어야 할 후반기 원 구성이 아직까지 안 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 해태(懈怠)다. 당초 원 구성 목표 날짜(13일)를 훌쩍 넘겼고, 6월 국회 개회(18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 상임위가 구성되지 못하면 법안 처리는 물론이고 국회의 정상 가동은 불가능해진다.

여야는 큰 틀에선 원 구성 문제에 합의했지만 국정감사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의 기관보고 시기를 언제로 하느냐를 놓고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 이달 23일부터 하자고 주장하고, 새정치연합은 다음 달 초 개최로 맞서는 바람에 최종 합의를 보지 못했다. 23일과 27일에는 한국팀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7·30 재·보선 선거운동은 7월 17일부터 29일까지 벌어진다. 여야 나름대로의 논거를 대고 있으나 국민의 눈에는 서로 선거에 유리한 날짜를 고집하는 정쟁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교훈은 비단 안전에 대한 경각심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비정상과 부조리를 바로잡고, 법이든 규정이든 지킬 것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국회가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와 시한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비정상의 정상화에 동참하고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 국회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부와 사회 각 부문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법률안의 처리, 관(官)피아 퇴치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김영란법’의 제정,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과 유가족 보상을 위한 특별법 마련,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의 조속한 정상 가동 등 일일이 다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조만간 신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가 세월호 참사 직후 보여준 반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시간만 축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여야가 세월호는 벌써 잊고, 재·보선이라는 잿밥에 온통 눈이 멀어 당리당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실망스럽다.
#7·30 재보선#세월호 참사#국정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