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치聯의 방송사 통화 기록 요구는 언론자유 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야당 측 의원들이 KBS MBC에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8명)과 정의당(1명)이 공동으로 요구한 목록에는 KBS MBC 사장부터 보도국 부장급까지 유무선 전화 통화 기록, 메인 뉴스의 시간대별 순서 진행표, 리포트 초고(草稿)와 수정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도 이런 황당한 요구는 없었다.

또한 MBC 보도 책임자들의 법인카드와 차량 사용 내용 일체, 모 부장의 특정 사이트(‘일간베스트’) 접속 내용과 열람한 게시글 주소 등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년 전의 자료를 내놓으라는 내용도 있다. KBS 길환영 전 사장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인 듯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근처 폐쇄회로(CC)TV 자료도 요구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야당의 목록 중에는 시시콜콜한 개인 정보부터 정치 공세용 자료 등 도무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관계없는 것이 들어 있다”며 “세월호 국정조사마저 정략적 목적에 따라 뒤틀리고 표류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의 오보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이 국정조사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아닌 ‘방송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공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사고의 진실 규명과는 관계없는 개인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들이 특위에 보고하는 날짜를 놓고 다투던 여야는 이제 국정조사의 정치적 악용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맞서다가 어느 세월에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낼 작정인가.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위를 방송 통제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국회 권력을 이용해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는 그릇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야당이 세월호 국정조사를 ‘방송사 손보기’로 변질시키는데도 좌파 언론단체와 방송사 노조는 별 반응이 없다. 걸핏하면 “외부 세력의 압력”이라고 항의하는 이들이 부당한 언론 자유 훼손에 침묵하는 것은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통화 기록#순서 진행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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