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병언 못 잡는 검찰, 검거 방해하는 구원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주하는 데 사용했던 EF쏘나타 차량이 전북 전주에서 발견되어 검찰이 조사 중이다. 유 씨와 그의 도주를 돕고 있는 최측근 양모 씨의 신병은 여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 씨는 이달 4일 벤틀리 차량을 타고 전남 순천에 온 뒤 25일 추적 팀이 은신처인 별장을 덮치자 이 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들이 차량을 전주에 버린 것은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교란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검경의 유 씨 추적은 한 달 보름을 넘고 있지만 번번이 한 박자씩 늦고 있다. 유 씨가 이달 17일 토요 예배 이후 구원파 신도의 차에 숨어 금수원을 빠져나갔다던 검찰의 설명과는 달리 3일 이미 금수원을 탈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은 장남 대균 씨 명의로 된 벤틀리 차량이 순천 지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자 대균 씨가 도피를 위해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 차에는 유 씨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사가 곳곳에서 구멍이 뚫린 것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현재 추적 작업은 인천지검과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직접 참여하고 있고, 일반 경찰은 도주로를 차단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검찰이 25일 순천 별장을 덮칠 때도 검경이 협조해 이중 삼중의 저지선을 만들고 퇴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검거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해경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을 구하지 못했다. 검경이 유 씨를 검거하지 못해 사건을 장기화시킨다면 국민은 또 한번 실망할 것이다.

유 씨 일가는 회사 직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고 여객선 승객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챙겼다. 그런데도 유 씨가 실질적 교주로 알려진 구원파의 신도들은 유 씨의 도주를 도우며 검찰의 법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번 추적은 종교 문제가 아니라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책임자를 단죄하기 위한 사법 절차다. 유 씨의 체포를 막으려는 행위는 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그의 도주를 돕다가 8명이나 구속됐는데도 신도들을 계속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유 씨에게는 종교윤리는커녕 사람의 기본 도리도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유병언#도주#검찰#구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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