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들이 요란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바다를 천시해온 사고방식이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올바른 처방이 나오기 어렵고 그 결과로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해양세력인 서양에서는 역사적으로 바다를 제패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었다. 그리스는 지중해를 제압함으로써 서구문명의 발상지가 되었고, 로마는 카르타고와 이집트의 해군을 격파함으로써 세계 제국이 되었다. 영국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해가 지지 않는’ 세계적 대국이 되었다. 대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러시아의 표트르 1세는 신분을 감추고 네덜란드에서 조선기술을 배워오기도 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대양해운은 물론이고 연안해운과 내륙해운이 잘 발달되어 있다. 수천 년에 걸친 해운산업의 전통 때문에 안전관리 등 해운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선원들의 직업윤리도 철저하다. 연안해운을 후진적 상태로 방치한 채 한반도 대운하시대를 열겠다고 했으니 자가당착이 아니었던가.
삼면이 바다임에도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바다를 천시해왔으며, 그러한 의식이 아직도 잔존해 있다. 중국의 성리학에 심취했던 조선의 양반 집권층은 바다를 천시했음은 물론이고 해금정책도 폈던 것이다.
바다를 활용하려면 바다의 법칙을 존중해야 한다. 바다의 법칙이란 물과 바람에 의해 결정되는 엄밀한 과학의 영역이다. 태풍과 해일을 보면 바다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바다의 법칙을 무시하면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한 바다를 우리는 주먹구구로 대했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후진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비극을 연안해운을 현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우수 해운기업은 지원하고 불량 해운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안전관리, 직업교육, 해운산업 통제 등을 선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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