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보환]쓰러진 나무를 그대로 두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있는 천년고찰 내소사는 입구의 전나무 숲길로 아주 유명하다. 수령 150년의 전나무가 산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더하는 이곳은 오대산 월정사, 국립수목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로 꼽힌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초등학생 조카와 함께 내소사를 다녀왔다고 했다. 조카가 멀쩡하게 서있는 전나무보다 숲길 중간에 큰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던 전나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생 조카는 ‘쓰러진 나무는 자기만의 생태계를 형성해, 이 나무에서 버섯이 자라고 곤충의 집이 되기도 한다’라는 설명문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2012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으로 내소사의 몇몇 전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공단은 탐방객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이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둔다. 쓰러진 나무가 나름대로 생태계의 흐름과 물질의 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쓰러진 나무가 고목이 되면 버섯균류가 들어와 유기물을 생성하고, 개미류 등 곤충이 이입되면 새와 중소형 파충류가 들어와서 기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거기에서 나오는 신성한 기운으로 언제나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명소다. 가장 오래됐음에도 생태계 보존이 잘되고 있고,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지리산에 접하고 있는 영호남 7개 시·군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올해를 ‘지리산권 방문의 해’로 명명했다. 지리산의 자연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의 고유한 문화, 관광자원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은 나라의 자연풍광을 대표하는 경승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며, 국민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건강한 생태자원’을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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