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병준]뭘 위한 신당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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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힘든 민주화 논리만 외치고 전유물인 양 복지만 부여잡다 선거용 野통합 또 목매는 민주당
새 시대 비전-전략은 있는가, 권력 제대로 쓸 준비는 돼있는가
신당이 도로 민주당 되지 않도록 모든 기득권 먼저 내려 놓으라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민주당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 좋아하지도 자랑스러워하지도 마라. 여러분이 좋아하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의 정치는 또 한번 가라앉고 있다.

아픈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자.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을 일본 군대의 위안부로 끌려가게 했던 식민지의 역사가, 또 남북으로 흩어졌던 오누이가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잠시 만나 서로의 가슴을 파는 이 분단의 현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아는가.

조선후기의 세도정치, 그것이 시작이었다. 권력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자들이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위해 칼질을 해대던 정치, 그것이 그 뿌리였다.

생각해 보라. 서세동점(西勢東漸), 구미열강이 몰려들면서 주변 정세가 요동치던 시대였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상업과 유통이 발달하고,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던 시대였다. 이런 때 그 변화를 읽을 줄도 모르는 자들이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좇아 서로 칼질을 하고 있었으니 이 나라와 이 민족이 성할 수 있었겠나.

지금이 그때 같다면 지나친 말일까.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글로벌화와 기술진보로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이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내어 놓고 있는가. 권력을 쥐면 그것을 제대로 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다. 나오느니 체감하기 힘든 민주화 논리와 마치 전유물인 양 끌어안고 있는 복지 이야기 정도이다. 그리고 들리는 것이 상대를 비난하는 소리다. 그러다 선거 때가 되면 단일화다 야권통합이다 하며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에 목을 맨다. 세도정치의 그들과 다를 게 뭔가.

미래를 위한 비전과 구상을 만들기는커녕 이제는 새로운 생각들을 소화할 능력도 없다. 복잡한 계보와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관통하는 그 무엇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뜻을 제대로 세우지도 않은 채 ‘모이자 이기자’를 계속한 결과이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은 여러분이 존경해 마지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내어 놓은 구상들도 제대로 씹어 보지도 않은 채 버렸다. 시장과 국가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구한말의 치욕적인 민족사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내어 놓은 구상도 너무나 쉽게 버려 버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산업 육성, 제주 해군기지와 같은 결정들에 대한 반대가 다 그런 것이다.

버려도 그냥 버린 것이 아니었다. 한미 FTA는 참모의 꼬임에 빠져서 그랬고, 제주 해군기지는 구럼비 바위의 가치나 지역민원 상황을 잘 몰라서 했다는 식이었다. 그를 ‘대통령 할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도 여러분은 그의 사진을 높이 들고 표를 구하러 다닌다. 새로운 생각을 소화하고 취할 능력도 없이 이기기만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을 따라갔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비전과 구상을 만들 능력도, 또 새로운 생각을 소화할 능력도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신당 창당이 선거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 하나의 분파가 합류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통의 생존전략으로서 상대를 더 크게 욕하고 비난하다 때가 되면 다시 ‘모이자 이기자’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과 호남 기득권 등, 가지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라. 그러면 길이 보일 수 있다. 세(勢)를 모을 것이 아니라 뜻을 먼저 세우고 그 뜻으로 세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기 위해 신당까지 만드는 사람들이 그 기득권을 내려놓겠나. 당명을 비롯해 모든 것이 도로 민주당이 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실패한다. 선거에 이겨도, 또 권력을 쥐게 되어도 정치에는 실패한다. 세도정치로 영광을 누렸던 자들이 역사에 그렇게 기록되듯이.

여러분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당이라 하여 더 나은 구석이 어디 있겠나. 그나마 여러분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에 의한 새 정치는 없다. 이제 이기고 지고에 관계없는 사람들이 나설 때다. 두 명이든 세 명이든 모이는 대로 모여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신당의 실패가, 그리고 정치의 실패가 우리 모두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
#신당#민주당#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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