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사 교과서 ‘선택과 교육 내용’ 모두 중요

  • 동아일보

이념 편향 논란을 빚었던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일선 고교의 채택 절차가 어제 완료됐다. 교과서 6종의 집필진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같은 날 기각됐다. 이들은 교육부가 교과서 내용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리자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올해 8월 말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검정 합격 판정을 내린 뒤 4개월 동안 이어져온 파문은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선 고교에서는 역사 담당 교사들이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3종을 골라 학교운영위원회에 추천하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우선순위를 매겨 교장에게 넘기면 교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학교 측이 선택한 교과서에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거부한 저자들이 쓴 교과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서가 고교에 접수됐다.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학교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순리다.

이번 파문을 통해 우리 역사학계는 고질적인 편향성을 또 드러냈다. 우파의 역사 인식을 반영한 첫 교과서로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자 역사학계와 일부 언론은 ‘검정 취소’ 또는 ‘채택 최소화’를 목표로 집중 포화를 가했다. 검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로 몰아붙인 것은 악의적인 공격이었다. 교과서 8종 모두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잘못된 서술이 발견됐으나 역사학계는 교학사 교과서만을 “친일”이라며 문제 삼았다. 다른 일부 교과서는 1948년 남한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유엔 결의를 왜곡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다. 반면 북한에는 우호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제 공은 교사들에게 넘어갔다. 이번에 채택된 교과서는 내년 봄 학기부터 사용한다. 역사 교사들은 이들을 배출한 대학의 교수들이 이끌고 있는 역사학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학계의 전반적인 인식이 이 정도라면 올바른 역사교육이 가능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인 교육을 할 책임이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도 학교에서 어떤 역사교육을 하고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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