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확대된 방공식별구역, 지킬 능력 보여줘야 인정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정부가 어제 한국의 관할구역인 이어도 수역 상공과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상공까지로 확대한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했다.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려는 적절한 조치다. 1951년 6·25전쟁 도중 미군이 그어놓은 뒤 비행정보구역(FIR) 및 해군의 작전구역(AO)과 일치하지 않는데도 62년 동안 바꾸지 못했던 모순의 선(線)을 마침내 바로잡은 것이다.

역대 정부는 영해 개념을 확장하고,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할 당시 방공식별구역 문제도 해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뒤늦게 수세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기존의 국제항공질서를 깨지 않고 주변국의 영공과도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묘수(妙手)를 찾아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미국 국무부도 어제 성명을 내고 “국제 관행에 부합하며 상공비행의 자유 및 여타 국제법상 국제 공역의 적법한 사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동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평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주변국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중국에 이어 한국이 동북아 지역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미국도 처음에는 마뜩잖게 생각했다. 중국 역시 “우리의 목표는 일본이었는데…”라며 섭섭해한다는 소식이다. 일본도 우익을 중심으로 독도까지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자고 할지 모른다. 선포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역량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이 이어도 남쪽으로 236km 이상 확대된 만큼 이 구역에 들어온 항공기를 근접 거리에서 식별하고 규정을 어길 경우 저지하는 공군 작전 능력을 갖춰야 한다. 원거리 공군작전을 지원할 새로운 공군기지도 필요하다. 새 구역에 대한 실효적 관리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능력도 없으면서 관할구역만 확대했느냐며 주변국들이 무시할 수 있다.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을 밝히면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위해 관련국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한중일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어도 인근 수역에 대해 3국 협력 채널이 생긴다면 향후 동북아 지역의 안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적 교류는 늘어나는데 안보문제의 충돌이 심화하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를 완화하고, 한국이 이 지역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앞장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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