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여우는 어떻게 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양이는 “야옹야옹”, 개구리는 “개굴개굴”, 오리는 “꽥꽥” 웁니다. 동물을 기르진 않았어도 책에서 본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우는 어떻게 울까요?

①링딩딩딩딩디디디디딩

②와파파파파파파파우

③하티하티하티호

④아히아히히히

이솝우화 주연급 출연 동물이었고 ‘여우짓’ 하는 친구 한 명쯤은 있었기에 친숙한 동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선뜻 생각나지 않습니다. ‘동물 박사’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최근 해답이 나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나 여우 연구회가 아닌 뜻밖의 장소, ‘유튜브’입니다. 노르웨이 출신 남성 팝 듀오 ‘일비스(Ylvis)’가 내놓은 일렉트로닉 댄스곡 ‘더 폭스’에 따르면 여우는 ①∼④번까지 아무렇게나 울어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우 울음소리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니, ‘참 할 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엔 일이 커진 듯합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뒤를 잇는 작품’이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3일 유튜브에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0만 건을 넘었고 10일째인 현재 2000만 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갖가지 여우 울음소리에 맞춰 진지하게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 속 이들의 모습 묘한 매력을 줍니다. ‘여우는 정말 이렇게 운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웃음기 뺀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더 웃기다고 할까요.

1981년 MTV의 개국으로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로 대표되는 ‘보는 음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가수들은 현란한 춤과 영화 같은 이야기를 앞세운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쏟아 냈고 댄스뮤직은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장르가 됐습니다. 2000년대 ‘유튜브’ 시대로 넘어 오면서 현란한 춤이 아닌 코믹한 뮤직비디오를 앞세운 음악들이 각광 받습니다. 러닝머신 4대를 놓고 자리 바꿔가며 뛰기만 하는 4인조 록 밴드 ‘오케이 고’의 2006년 뮤직비디오 ‘히어 잇 고즈 어게인’(2006년)이 시초로 꼽힙니다. 지난해 ‘국제 가수’가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건수 역대 1위’ 기록을 내며 코믹함으로 세계 팝 시장을 정복한 최초의 사례로 꼽힙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직렬 5기통 춤’으로 가요 차트 1위에 오른 5인조 여성 그룹 ‘크레용 팝’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만 해도 히트곡의 조건은 멜로디가 풍부해야 했고 가슴을 후벼 파는 가사 한 줄은 있어야 했습니다, 호소력 있는 가수의 목소리는 기본이었고. 최근에는 참신한 기획력, 따라하기 쉬운 춤, 코믹한 뮤직비디오 등 예능감을 가진 곡이 빌보드 차트 정상을 노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음악도 하나의 아이디어 상품이 됐다고 할까요.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사라졌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기 불황, 각박해진 세상에서 재미있는 음악으로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진지한 삶을 살다 집에 와 예능 프로그램 한 편 보며 잠시 시름을 잊는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하고요.

웃음이 필요한 시대. 음악으로 치유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늘도 일비스는 여우 탈을 쓰고 ‘링딩딩딩딩디디디디딩’부터 ‘아히아히히히’까지 슬피 웁니다. 물론 진짜 여우가 어떻게 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