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상 박세리 뛰어넘은 ‘새로운 전설’ 박인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한국의 여자 프로골퍼 박인비(25)가 어제 미국 사우샘프턴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살아있는 전설’로 등극했다. 박인비의 단일 시즌 메이저 대회 3연승 기록은 베이브 저하리어스가 1950년 수립한 기록을 63년 만에 다시 세운 것이다. 미키 라이트,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쩡야니, 캐리 웹 같은 쟁쟁한 여자 골퍼들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남자 골프계에서도 1953년 미국의 벤 호건 이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박인비는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5개 메이저 대회 중에서 남아 있는 브리티시오픈(8월)과 에비앙 챔피언십(9월)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우승하면 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룬 여자 골퍼는 아직 없다. 남자 골퍼도 1930년의 보비 존스가 유일하다. 미키 라이트가 1963년 세운 LPGA투어 단일 시즌 최다승(13승)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11주 연속 부동의 세계 랭킹 1위를 기록 중인 그의 기량이라면 못해낼 일도 아니다.

박인비는 ‘박세리 키즈’다. 초등학생 때인 1998년 맨발의 투혼으로 연장전 끝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의 경기를 아버지와 함께 밤새워 보면서 골퍼의 길을 선택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박인비는 박세리가 세운 LPGA투어 시즌 5승 기록을 깨고 시즌 6승을 달성함으로써 소녀시절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박세리를 넘어섰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샷의 개발과 부단한 연습,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두둑한 배짱이 오늘의 박인비를 만든 비결이다. “나 자신에게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박인비의 우승 소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여자 골퍼가 모두 출전하는 ‘미국의 자존심’ US여자오픈에서 우리 선수가 2011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도 반갑다. 더구나 올해 대회에서는 1위부터 3위까지를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LPGA투어에서 해마다 한국 선수가 10회 안팎의 우승을 기록하고 있으니 장하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15년 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은 외환위기 속에서 절망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뭉클한 감동과 재기의 희망을 선사했다. 우상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워온 박인비의 쾌거는 세계무대로 힘차게 뻗어가는 한국 젊은이들의 표상이다.
#박인비#박세리#단일 시즌 메이저 대회 3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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