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8>여자 마음 삼총사에서 찾아내는 비즈니스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9일 03시 00분


남성들은 데이트에서 여성이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다가 권하는 메뉴마다 못마땅해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조사에 응한 남성의 40.2%가 여성의 이런 행동을 불가사의 1위로 꼽은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남자 앞에서 ‘아무거나’라는 메뉴를 즐겨 선택한다. 남성들은 액면 그대로 믿고 자기 취향대로 선택을 했다가 낭패를 경험한다. 여성의 ‘아무거나’에 담긴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거나’는 줄임말이라고 한다. “아무거나 내가 최근 일주일 동안 먹었던 메뉴들과 겹치지 않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방해되지 않고, 식당 의자가 편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식사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딱 알맞은 음식을 알아서 찾아내라. 그 전까진 절대 ‘응’이라고 대답하지 않을 테다.”

이런 까다로움은 변덕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간절히 원했던 아이템을 구해놓고도 ‘남들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헌신짝 취급하는가 하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브랜드를 애지중지하다가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처분하기도 한다.

여성의 까다로움과 변덕은 ‘패스트 패션’이라는 자본주의의 총아를 탄생시켰다. 패스트 패션이란 소비자 기호를 파악해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빨리 바꿔 내놓는 의류를 일컫는 것으로, 까다로운 변덕을 비즈니스 기회로 역이용한 셈인데 지난 10년 동안 패션 소비를 60% 가까이 불려놓으며 양적 과소비의 주범으로 불려왔다.

변덕과 까다로움은 다시 ‘불만’이라는 친구를 만나 삼총사처럼 붙어 다닌다. 여행사 고객 게시판에 올라오는 불만 또는 항의성 게시물 가운데 65∼70%가 여성 고객들이 남긴 글이다.

그러나 변덕과 까다로움, 불만 3종 세트는 여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기도 하다. 그들의 마음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예상치 못했던 신뢰를 만날 수 있다. 때론 남성들의 그것보다 끈끈하다. 보험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남성 고객이 담당자에게 계약 기간에 평균 13명의 고객을 추천해 주는 반면 여성 고객은 28명을 추천해 준다고 한다.

여성들은 까다롭고 변덕이 심해 쉽게 마음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신뢰하면 상당한 충성심을 보이며 때로는 커뮤니티를 통해 응집력을 키워 강한 입김을 행사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고 까다롭게 따지는 것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이에게 감동받는 것이다. 여성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여성 마음 삼총사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기도 하다.

한상복 작가
#변덕#까다로움#불만#데이트#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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