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냉키 쇼크’ 대처에 최대의 敵은 불안 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 완화 정책을 끝내겠다는 출구 전략 계획을 내놓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매달 85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 완화의 규모를 연말부터 줄이기 시작해 내년 중반에는 아예 종료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계속해 온 미국의 돈 풀기 전략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35%나 떨어졌다. 한국도 어제 코스피가 37.82포인트(2.0%)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9원(1.32%) 올랐다.

미국의 출구 전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금융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출구 전략이 본격화하면 아시아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채가 많은 일부 국가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흥국가들에 풀려 있던 투자자금들이 빠져나감으로써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 협의체를 통해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응할 공조방안을 다져야 한다. 갑작스러운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에 대비해 주요 국가와 통화 스와프 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면서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라는 변수를 맞게 됐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양적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중국 제조업지수도 좋지 않아 대(對)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는 올 하반기에 경제 불안의 요인이 많아졌다.

당장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가 많은 일반 가계나 조선 해운 건설업체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들도 환율과 주식시장의 급속한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출구 전략의 시간표를 명확히 밝힌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3.0∼3.5% 성장할 것이고 실업률은 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번 발표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힌 측면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한국은 수출이 늘어나고 환율이 높아져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도 좋아질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 불안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대응한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동참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은 경제 불안 심리다.
#버냉키 쇼크#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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