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원재]거꾸로 가는 대선, 입다문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선거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는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 국민을 분열시킨다. 그렇게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과 사회 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9월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 전 후보는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적잖은 이들이 이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새 정치에 대한 그의 소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혼탁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 ‘최악의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안 전 후보는 전국을 돌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 정치를 약속해 조건 없이 돕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권교체가 급하니 이번에만 ‘헌 정치’에 눈을 감자는 생각일까. 안 전 후보는 일단 이번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문 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달 초 안 전 후보가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치권을 질타하자 문 후보는 그의 협조를 얻기 위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잠잠했을 뿐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치권의 관성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전으로 치러 이기고 나서 다음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외면할 정치인이 얼마나 있을까.

안 전 후보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여전하지만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커다란 변화만 해도 제 도전은 값진 것이 됐다”며 자화자찬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지금 전면에서 네거티브를 쏟아내는 정치인 중 처음부터 그렇게 나섰던 이들은 많지 않다. 안 전 후보처럼 정치개혁의 꿈을 안고 입문했다가 집단논리에 한 발씩 빠져들면서 결국 기성 정치권을 닮아가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안 전 후보가 내세웠던 ‘새 정치’가 단순히 정치 입문을 위한 구호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그의 진심을 믿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안 전 후보에게 자신의 출마 선언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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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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