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는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 국민을 분열시킨다. 그렇게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과 사회 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9월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 전 후보는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적잖은 이들이 이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새 정치에 대한 그의 소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혼탁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 ‘최악의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안 전 후보는 전국을 돌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 정치를 약속해 조건 없이 돕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권교체가 급하니 이번에만 ‘헌 정치’에 눈을 감자는 생각일까. 안 전 후보는 일단 이번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문 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달 초 안 전 후보가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치권을 질타하자 문 후보는 그의 협조를 얻기 위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잠잠했을 뿐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치권의 관성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전으로 치러 이기고 나서 다음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외면할 정치인이 얼마나 있을까.
안 전 후보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여전하지만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커다란 변화만 해도 제 도전은 값진 것이 됐다”며 자화자찬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지금 전면에서 네거티브를 쏟아내는 정치인 중 처음부터 그렇게 나섰던 이들은 많지 않다. 안 전 후보처럼 정치개혁의 꿈을 안고 입문했다가 집단논리에 한 발씩 빠져들면서 결국 기성 정치권을 닮아가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안 전 후보가 내세웠던 ‘새 정치’가 단순히 정치 입문을 위한 구호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그의 진심을 믿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안 전 후보에게 자신의 출마 선언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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