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와 軍, 눈뜨고 당한 것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북한 미사일은 11일 오후 늦게까지만 해도 기술적 결함이 발견된 데다 발사대에서 해체된 듯한 정황까지 보여 상당 기간 발사가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하 3호는 어제 오전 9시 49분 발사대를 떠나 공중으로 치솟았다. 북한이 10∼22일로 예고했던 발사기간을 29일까지로 늦춘 것은 속임수였던 셈이다. 연내 발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던 당국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11월 초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뒤 첨단장비를 동원해 감시하면서도 결정적인 낌새를 포착하지 못했으니 눈뜨고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어제 “11일 북한 미사일의 발사대 장착을 확인했고 대비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수집과 분석, 북한의 행동에 대한 예측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정보 실패라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국회 국방위 답변에 나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오늘 발사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북한에 허(虛)를 찔렸음을 시인했다. 정부가 “해체는 언론의 오보였다”며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떳떳지 못한 대응이다. 작전본부 책임자를 소장에서 준장으로 내리고 근무자 수를 줄인 것에서도 군의 안이한 자세가 드러났다.

북한은 한미 정보당국을 속이기 위해 미사일을 해체하는 듯한 ‘페인팅모션’을 쓴 것으로 보인다. 위성이 찍은 화상정보만 철석같이 믿다가 기만전술에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방위상은 미사일 해체가 사실이라며 다른 말을 했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북한이 경미한 결함을 수리한 것인지, 다른 미사일로 대체해 발사를 강행했는지에 대한 판단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핵실험을 감행했다. 3차 핵실험은 플루토늄이 아닌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에서 이뤄지는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보다 탐지하기 어렵다. 정부는 “북한의 각종 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호언하지만 이번에도 부실하게 대응해 신뢰를 잃었다.

이제라도 정보 실패의 원인을 치밀하게 분석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성정보를 포함한 대북(對北) 정보수집과 분석능력 확충이 시급하다. 미국과의 정보협력 강화도 필요하다.
#북한#미사일#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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