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치매 돌봄 확대가 노령연금 증액보다 급하다

  • 동아일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17년까지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를 현재 소득수준 하위 70% 노인에서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연금액도 월 9만여 원에서 18만 원으로 늘리는 공약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공약 실천에는 연간 5조 원 이상이 든다. 지난해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에서 11.4%를 차지했다. 지금처럼 낮은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노인 인구는 2018년 전체의 15%, 2050년이 되면 무려 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노인복지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령연금의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면 나라 곳간이 버텨낼 수 없다. 복지는 한번 시행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자식 키우기에 전념하느라 노후 대책에는 무심했던 한국의 노인계층은 빈곤율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가족 해체 등으로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노령연금의 목적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의 생계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다. 자식의 부양을 받거나 재산과 소득 면에서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노인까지 일률적으로 지급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7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다가 더는 견디기 힘들어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치매 환자는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온 가족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 이로 인한 이혼 등 가족 해체도 심각하다.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치매 환자는 53만여 명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 치매 환자는 28%에 불과하다.

국가가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시스템을 마련해 치매 노인과 가족들에게 실질적이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 노인복지를 위해 더 절실하다. 표를 얻기 위해 복지의 우선순위와 재원 조달 방안은 따져보지도 않고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대선후보들은 꼭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 복지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공약을 내놓고 경쟁하기 바란다.
#치매#노령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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