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의 말뚝 테러 만행, 세계의 신뢰 잃을 뿐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지난 주말 미국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시(市)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와 뉴욕 총영사관 민원실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힌 말뚝이 발견됐다. 올해 6월 일본의 극우파가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像)에 설치한 말뚝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 위안부 기림비는 팰리세이즈파크 시 의회 결의에 따라 시 예산과 재미 한국동포를 비롯한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2010년 10월 건립됐다. 2007년 미국 하원이 위안부 강제동원 규탄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기림비가 세워지자 일본은 거액의 재정 지원을 내세워 시 정부에 기림비 철거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바로 이 기림비에 말뚝을 박은 행위는 공공의 자산과 그것에 깃든 역사성을 훼손한 범죄다.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은 이번 사건을 “미국 시민을 향한 야만적 테러”라고 규정했다.

최근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비이성적 언행이 도를 넘고 있어 이번 테러는 몇몇 극우파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보아 넘길 수 없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독도 문제 강제관할을 요구한 것이 꼭 한 달 전이다. 일본 자위대는 의도적으로 독도 주변의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독도는 신라시대 이래 우리 영토였다. 일본이 1900년 전후에 만든 교과서와 지도는 독도를 ‘조선 땅’으로 표기했다. 당시 독도 부근에서 고기를 잡던 일본 어민들이 울릉군수에게 세금을 낸 기록도 발견됐다. 지난달 1200여 명의 일본 지식인은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은 한국이 가장 약하고 외교적 주장이 불가능한 가운데 이뤄졌다”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일기본조약 문서 공개를 거부해오다 최근 자국 법원으로부터 공개 명령을 받았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는커녕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의식을 앞세워 극우파의 망동(妄動)을 사실상 고무하고 있다. 세계의 신뢰를 잃는 행위다. 일본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눈앞의 정치적 욕심에 매몰되지 말고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위안부#말뚝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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