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 후보, 박근혜 아니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원하지 않는 정치권 안팎의 여러 세력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에게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하는 형국이다. 진보 좌파세력의 이른바 원로 인사들이 주도하는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야권후보 단일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11총선을 앞두고 민주당-통합진보당-원탁회의 3자 간의 선거연대를 위한 정책합의를 한 경험이 있다. 이 합의 중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친북반미적 내용도 적지 않았다.

문 후보는 바로 그 민주당이 선출한 대선후보이지만 문제는 안 후보다. 안 후보는 정치 개시를 저울질하던 시기에 자신의 노선에 대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했다. 그러나 점차 안보도 보수라고 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손잡을 정치 세력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안 후보가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원탁회의’ 세력과도 손잡고 후보 단일화에 몸을 담을 것인지 궁금하다.

‘원탁회의’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 격인 백 교수는 저서 ‘2013년 체제 만들기’에서 한미동맹 체제를 대체하는 남북연합체제를 역설한다. 천안함 폭침(爆沈) 원인에 대한 인식도 중국 북한과 비슷하다. 최근 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5%가 한미동맹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안보뿐 아니라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한 체제 기반이다. 오종렬 씨는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2005년 평택 미군기지 반대,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 등을 주도한 반미(反美) 운동권 인사다. 3월 13일 원탁회의 인사들과 민주-통진당 수뇌부가 야권연대 공동선언을 하는 자리엔 무단 월북해 북한 찬양 노래를 불렀던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도 참석했다.

안 후보가 이런 ‘원탁회의’의 종북(從北) 세력과도 손을 잡아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나아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해서는 종북 세력이 포함된 좌파 세력이 참여하는 정권이라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가. 이 점을 국민 앞에 먼저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단일화 논의에 앞서 안 후보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세력과 제휴하더라도 박근혜 후보만 꺾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그가 강조해온 ‘새 정치’의 실체는 구태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안철수#박근혜#정권 재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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