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 전력이 있는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자신과 위원 상당수가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의 갈등도 심각하다. 최경환 대선후보 비서실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친박 핵심과 지도부를 겨냥한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가 여전히 거세다. 이명박(MB) 정권을 탄생시킨 친이 주류 인사들의 비협조와 몽니는 도를 넘고 있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집안의 분란을 그대로 놔두고 대선 가도로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 후보는 어제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면서 인적쇄신 요구를 거부하고 단합을 주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먹힐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비극은 대의(大義)를 보지 못하는 좁쌀 웰빙 체질의 사람들이 자기희생 없이 서로 잘났다고 각개약진(各個躍進)을 펼친다는 데 있다.
새누리당의 개조를 위해 영입된 김종인 안대희 두 위원장으로서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다소 퇴색하고 있는 상황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지층의 확장이 중요한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만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반(反)박근혜 전선을 다지기 위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을 보라. 경제민주화는 성장, 효율, 자율, 혁신 같은 다양한 경제적 가치와의 공존 속에서 틀을 짜야 한다. 정치 쇄신이라는 선명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전략적인 선택이 불가피할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의 사활과 MB 정권의 성패가 정권 재창출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친이 주류들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소명의식은 거의 실종된 상태다. 과거 MB의 측근이었던 이는 자신과 학연으로 얽혀 있는 비(非)새누리당 후보를 선전하기에 바쁘다. 또 어떤 이는 “이번에 박(朴)으로는 안 된다. 5년 뒤를 준비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이 현 정권을 창출했다고 자임하면서도 정작 정권 재창출에는 관심이 없는 ‘딴나라당 사람’ 같은 태도를 보인다. 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의 비협조도 이해하기 어렵다.
친박 핵심 세력은 4·11총선 이후 박 후보 주변에 장벽을 치진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박 후보가 친박 핵심 세력에 둘러싸여 있으면 소통에 장애가 생겨 생생한 위험 신호를 접하기 어렵게 된다. 당내 잡음은 지도부의 무능과 무관하지 않다. 의원 148명 모두가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겉으로는 쇄신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당내 권력투쟁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용해(溶解)해 하나로 묶어내야 할 책임은 바로 박 후보에게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포용력과 리더십도 박 후보가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평가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