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후보, 이미지 싸움의 덫에 걸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추석을 넘기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은 지지율의 답보 또는 열세로 비상이 걸렸다. 어제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는 위기감을 토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박 후보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비해 많은 분야에서 각론화한 정책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 승부가 먹히지 않는 것이 현재의 대선 판도임을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선 양상은 이미지 싸움이 한창이다. 정책 경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선거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정책과 진정한 리더십을 충분히 따져야 하지만 박 후보 측으로선 그런 아쉬움만 피력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박 후보 측은 현재 뒤지는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 싸움에서도 반전(反轉)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지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후보 자신과 그를 둘러싼 핵심 인물들인 친박 그룹, 그리고 새누리당이 동시에 다각적으로 쇄신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박 후보는 왜 지지율의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친박 그룹은 왜 여론에 미운털이 박혔는지, 새누리당은 왜 아직도 ‘헌누리당’처럼 인식되는지, 대선이 7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스스로를 통찰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변신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4·11총선을 4개월 앞두고 당의 이름과 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바꾸면서 국민 앞에 다가간 정도를 뛰어넘는 변신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박 후보를 겹겹이 감싸고 있는 친박 그룹도 자기희생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박 후보의 지지율 답보가 전적으로 친박의 행태 때문만은 아니라고 해도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의 쇄신 면모를 보여주려면 일정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다. 후보를 제외한 지도부와 선대위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등장한 현실을 친박 핵심들은 직시해야 한다.

10년 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캠프에는 KS(경기고 서울대) 라인에 판검사와 대학교수 출신을 비롯한 명망가들이 모여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후보의 차기 집권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밖에 나가 “내가 이회창 핵심 측근”이라고 거들먹거리는 바람에 오히려 감표(減票) 요인이 된 사람이 많았다. 지금의 박 후보 캠프 주변을 보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 후보도 새누리당의 위기 상황에 책임이 크다. 박 후보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심정으로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이미지 싸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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