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쌤 장민경 선생님의 좌충우돌 교단이야기]<8>“내가 교과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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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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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과학 꿈나무의 배움터인 ‘발명교실’이 낯설지 않다. 각 교육청 관할 학교 한 곳, 많아야 두 곳에 설치돼 있는데, 과학 꿈나무들의 창의력과 공작 실기 능력을 계발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발명교실별로 선발 과정이나 교육과정, 운영 형태가 다양하지만, 각 교육청에 한 군데뿐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발명교실에 선발되려면 필기, 기능, 면접시험의 어려운 전형을 거쳐야 한다. 합격한 학생은 다양한 기계와 도구를 활용해 여러 분야에 걸친 과학과 발명, 특허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발명교실은 새로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사에게도 좋은 기회다. 나는 운 좋게도 발명교실을 운영하는 학교에 발령받아 신규 교사들이 경험하기 힘든 발명교육을 접하게 됐다. 호기심 많고 두뇌회전이 빠른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을 만나 더욱 즐거웠다.

그러던 차에 사고가 터졌다. 재활용품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한 학생이 뛰어다니다 다른 학생이 들고 있던 뜨거운 실리콘에 팔을 뎄다. 보건교사가 간단한 응급조치를 하고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어머님 어떡해요. ○○이가 다른 아이랑 부딪혀서 다쳤어요.” 어머니가 그 즉시 달려왔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날 저녁 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너무 난리(?)를 쳐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들었으니 찬찬히 그때 상황을 시간대별로 설명하고, 당시 내가 어떻게 처치했는지 자세히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는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겠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놀라서 오히려 학부모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어머니가 아예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였다. 어머니는 학교로 오기 전 전화를 했다고 했지만 난 급한 회의로 전화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에겐 변명에 불과했다.

“제가 아이를 서른 살에 낳았거든요. 늦게 낳은 편이죠. 저희 부부에겐 아주 특별한 아이예요. 귀하게 키웠죠.”

“네. 그럼요. 훌륭하게 키우셨으니 발명교실에도 왔죠.”

“그런데 의사 말이 평생 흉터가 남을 수도 있대요. 남자아이 팔에 흉터가 생기면 얼마나 흉하겠어요. 게다가 선생님이 어제 얼마나 난리를 치셨는지 아세요? 제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아는 분이 계시거든요? 저희 시누이도 선생이에요. 알 만큼 안다니까요. 이렇게 일처리 하시면 안 되죠. 저희 아이가 얼마나 차분하고 꼼꼼한지 아세요? 발명교실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 네… 죄송합니다….”

그 후로도 꼬박 2주간 죄인처럼 시달렸다. 나도 그 아이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흉터가 생기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걱정도 되고 죄송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악몽까지 꿀 지경이 되니 두려움이 생겼다. 아이들과 현장 체험학습도 많이 나가고 싶고, 발명교실에 있는 다양한 도구도 쓰고 싶은데 아이들이 다칠까 봐 우선 염려됐다.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사고를 막는 데만 초점을 두라고. 열심히 하려다가 아이가 다치면 교사생활 끝이라고.

나는 아이들과의 체험학습을 매우 좋아한다. 올해도 아이들과 산으로, 야구장으로, 복지관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우리 반 학부모들은 부족한 나를 전적으로 믿고 저녁 늦게까지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기다려 주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체험학습 전날에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어떤 교사를 원할까. 소극적인 교사일까, 적극적인 교사일까.

교사들은 학부모가 교사를 믿어 주고 힘을 실어 주길 바란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응원은 신뢰와 이해다. 가정에서 자식을 귀하게 여기는 만큼,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귀하게 여긴다. 당연히 다치는 것을 원치 않고 좋은 것만 주고 싶으며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란다. 이런 교사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학부모들께 공손히 머리 숙여 부탁드리고 싶다.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장민경#초등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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