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쌤 장민경 선생님의 좌충우돌 교단이야기]<7>“선생님, 걔네 엄마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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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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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승구(가명)가 괴롭혀요!”

‘휴… 또야?’ 절로 한숨이 나온다. 승구는 우리 옆 반의 덩치 크고 장난기 많은 학생이다. 자주 하는 장난으로는 남의 약점 잡아 놀리기, 때리고 도망치기, 몸집이 작은 아이 헤드록 걸기, 팔 꺾기, 옷 잡아당기기 등이 있다. 그래서 원성이 자자하다

“걔네 엄마도 이상해요.”

“걔네 아빠는 폭력적이에요.”

한 동네에서 6년째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라 동네 가족사를 줄줄 꿴다.

“승구 엄마가 왜?”

“지난번에 운동장에서 승구랑 같이 놀고 있는데 걔네 엄마가 오셨거든요. 근데 ‘너넨 공부 안 하니? 만날 운동장에서 놀기만 하면 공부는 언제 하니?’ 하며 혼내시고는 승구를 데려가 버렸어요. 제가 승구보다 공부 잘하는데….”

“맞아. 그때 기분 엄청 나빴어요. 걔네 엄마 때문에 짜증난다니까요.”

또 한 번은 청소시간인데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나가 보니 한 학부모가 학생 하나를 붙잡고 혼내고 있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니, 얘가 우리 애를 얼마나 심하게 놀렸으면 울면서 전화를 해요.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던 애라니까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제가 직접 이야길 해 볼게요.”

“아니요! 제가 얘기 좀 해야겠어요!”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생각이 있니 없니?”

그 학부모는 아이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학부모를 겨우 진정시켜 돌려보냈는데, 상처받은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주변에 몰린 아이들도 흥분했다.

“저 아줌마 또 왔어요?”

“얘가 그렇게 심하게 장난치지도 않았어요!”

그 학부모의 아이는 평소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본인 뜻대로 안 되면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은 엄마는 득달같이 달려와 친구들을 혼낸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 애가 싫지만 걔네 엄마가 무서워 함께 논다”고 했다.

내게도 학창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때, 함께 몰려다니던 5명의 친구가 있었다. 당시 ‘종이학 접기’가 유행이었는데, 친구들과의 하굣길에 길에서 특이한 종이학들을 발견했다.

“와! 한번도 본 적 없는 학 종이야!” 나를 포함한 네 명은 열심히 학 종이를 주웠다. 그때, 나머지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땅에 떨어진 거 줍는 사람은 거지랬어.”

“거지라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니?”

네 명은 모두 발끈해서 그 아이를 쏘아붙였다. 그날 우리는 친구 엄마에게서 분노의 훈계를 담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사건 이후 소원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 친구는 여전히 ‘개념 없이 말하기’로 학교에서 유명했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내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꺼내게 된 건 아이들 문제에 끼어드는 학부모, 아이들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학부모의 자녀가 학창시절에 겪게 될 사회성 부족 문제를 얘기하고 싶어서다.

교사를 하며 드는 의문들이 있다. 왜 어떤 학부모는 자녀 곁에서 친구들을 떼어내려 할까. 부모라면 자녀가 친구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지 않을까.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자녀만 두둔하고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초등학교가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하며 성장해 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가 자신이 시도하는 ‘친구들과 잘 지내기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도 전에 부모의 간섭으로 실패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서려 해도 부모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배울 기회를 잃는다.

간섭하는 부모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자녀가 언제까지나 어린 초등학생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더는 ‘친구 엄마’의 개입이 통하지 않는다. 그 사이 자녀는 교우관계에서 겉돌고 그로 인한 상처가 누적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아이가 적지 않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승구’의 부모가 한 반에 10% 정도는 존재한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뒷담화’ 대상 엄마와 아이는 누구였을까.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교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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