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대구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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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과
― 상희구 (1942∼)


인도라는 사과는
최고의 당도에다
씹히는 맛이 하박하박하고

홍옥이라는 사과는
때깔이 뿔꼬 달기는 하지마는
그 맛이 너무 쌔가랍고

국광은 나무로 치마 참나무겉치
열매가 딴딴하고 여문데
첫눈이 니릴 직전꺼정도 은은하게
뿕어 가민서 단맛을 돋꾼다

풋사과가 달기로는
그 중에 유와이가 젤로 낫고

고리땡은 오래 나아 둘수록
지푼 단맛이 있고

아사히는 물이 많은데 달지만
지푼 맛이 적고

B품으로 나온 오래된 낙과는
그 씹히는 맛이 허벅허벅하다
사각사각, 사과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지리책에는 사과가 대구의 특산물이라고 실렸었다.

‘대구사과’는 상희구 시인이 모어(母語)인 대구 사투리를 다채롭게 쏟으며 추억을 불러낸 ‘대구 연작’ 중 한 편이다. 사투리는 정답고 재미나다. 사투리는 표준말보다 인생의 맛, 특히 애환의 맛이 더 담겨 있는 것 같다. 제 고장을 떠난 말이어서 그런가 보다.

사투리는 다른 고장에서나 사투리라고 불리지 제 고장에서는 그냥 ‘말’이다. 다른 지방 사투리가 들리면, 말을 데리고 떠나온 그이의 정든 고향을 가슴으로 떠올려 보자.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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