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후보 곁에 제2, 제3의 정준길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정준길 전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이 4일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의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을 당시 택시에 타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동안 자신의 차에서 통화했다고 주장해온 정 씨는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온 뒤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택시기사는 정 씨가 “안 원장에게 대선 출마하지 말라고 해라. 나오면 죽는다. 안 원장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금 변호사와 통화하기 전날에 술을 많이 마셨고, 당일 아침에도 여전히 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정권 재창출에 목을 거는 여당의 대선 참모가 이런 상태로, 친구 사이일지라도 다른 정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해서는 안 될 소리까지 했다니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 자신은 착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말까지 했다.

정 씨는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소속의 공보위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정치적 비중은 작지만 박 후보의 최종 판단 없이는 발탁될 수 없는 자리다. 새누리당은 그의 발탁에 대해 “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 씨 본인은 “유력한 대선후보로 예정된 안 교수에 대한 검증 업무도 공보위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검사 시절 안 교수 관련 수사를 한 적이 있다. 박 후보 측이 ‘안철수 저격수’ 용도로 그를 영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통령은 수천 개의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 씨처럼 경박하고 앞뒤 안 가려서 ‘깜이 안 되는’ 인물을 발탁한 것을 보면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 인사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박 후보가 “친구 간의 개인적 대화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것도 매사를 ‘제 논에 물 대기’ 하듯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싸움으로 원수가 된 형제를 그저 형제라고 말할 수 없듯이 대선의 적진(敵陣)에 가담한 상대방을 단순히 친구 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 박 후보 곁에 정 씨 같은 인물이 더 없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유의 사람들이 더 있어서 또 다른 ‘지뢰’를 터뜨린다면 결국 박 후보 책임이 된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될 사람이나 안 교수도 ‘정준길 파동’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준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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