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장 엔진인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한국 경제는 올해 3%대는커녕 2%대 성장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저(低)성장의 장기화가 엄연한 현실로 닥쳤지만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대선후보들의 경제 비전은 실종 상태다. 답답한 경제 현실에 지친 국민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려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공기업 및 가계 부채 위험이 줄어들면 추가 상향이 가능하다” “인구 고령화가 잠재성장률과 공공재정에 영향을 주겠지만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한국 경제의 분발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국민 정서나 해외의 시각과는 동떨어져 있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 실업, 고령화, 투자와 소비 위축, 922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 같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難題)에 대해 믿을 만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후보도 못 내고 있는 야당은 그렇다 치고 박근혜 의원을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선출한 집권 여당 새누리당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티격태격하느라 한국 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11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의욕과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에만 논의가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당내 급진파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발의한 순환출자 금지 같은 대기업 개혁 법안과는 다른 기류여서 국민은 혼란스럽다. 같은 당 안에서조차 이견이 분분한 설익은 경제민주화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대기업 때리기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 법안이 난마처럼 얽힌 한국 경제의 문제를 푸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그나마 한국 경제가 이 정도라도 버티는 것은 대외 악재에도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에만 매달리지 말고 성장과 일자리 늘리기 해법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국정 운영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후보부터 중심(中心)을 잡고 국민의 시각에서 경제 현안의 각론까지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추상적인 이념 논쟁보다 어디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얼마나 창출할 것인지, 손에 잡히는 경제 해법을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