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후보들 ‘친인척의 덫’ 스스로 제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이번엔 2010년부터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법률고문 자리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다. 서 변호사로선 대중의 관심을 끌고 의혹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때론 억울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서 비정상적인 일을 했는지, 특혜로 LH 법률고문 자리에 앉았는지를 따지는 것이 순리겠지만 세상은 그 자리를 맡은 것 자체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그것이 민심이고, 서 변호사에게 주어진 숙명임을 어쩌겠는가. 서 변호사는 처지가 달라졌음을 자각하고 매사에 조심하는 도리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통령사(史)는 가족과 친인척 비리로 심하게 굴곡져 있다. 민주화 이후만 해도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차남 현철 씨,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홍일 홍업 홍걸 씨 등 세 아들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의 비리로 여론의 몰매를 맞아야 했다. 퇴임 후에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한 것도 가족비리와 관련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를까 했건만, 처사촌 김옥희 김재홍 씨에 이어 국회부의장과 국회의원 6선(選)을 지낸 친형 이상득 씨마저 비리 때문에 구속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국가적 망신살일뿐더러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망을 떨어뜨려 국정에까지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차기에는 친인척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 나오기를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지금 지지도로 본다면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새누리당 박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다. 그러나 박 후보는 동생 지만 씨와 올케 서 변호사 문제로, 안 교수는 부인 김미경 씨가 정년이 보장되는 서울대 의대 정교수로 남편과 함께 패키지로 ‘특채’된 일로 구설에 오르내린다. 안 교수 부부는 서울대에 오기 전 KAIST에도 함께 채용됐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워싱턴주립대 로스쿨을 마쳤지만 과연 남편 안 교수가 아니었어도 독자적으로 KAIST와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YS는 당선 직후 모든 친인척을 불러 놓고 “단돈 100원만 받아도 구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DJ는 ‘대통령 친인척 부당행위 금지법’을 공약했고,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 감시 특별감찰반까지 만들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차기 대통령이 친인척의 수렁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대선 후보나 주자들은 지금부터 철저하게 감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직접 나서 친인척 비리의 덫을 제거해야 한다.
#사설#대선 후보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