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30 CEO 사라지는 산업 생태계

  • 동아일보

창업 기업의 등용문인 코스닥시장에서 20, 3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코스닥 상장 법인의 30대 이하 CEO 비율은 2002년 12.6%에서 올해 3.6%로 하락했다. 20대 CEO는 없다. 기업을 주식시장에 공개하고 자본을 조달할 만큼 성공한 젊은 창업가의 맥이 끊기면 산업은 고령화하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1977∼2005년 신생 기업이 설립 첫해 연평균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 기존 기업에서 사라진 수많은 일자리를 대신했다.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창업해 8년 만인 올해 페이스북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마크 저커버그(28)와 같은 젊은 벤처기업가의 성공신화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 붕괴 이후 젊은이의 기업가정신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2001년 40 대 1에서 지난해 93 대 1로 상승한 반면 청년층 자영업 비중은 2002∼2010년 연평균 0.2%포인트 줄었다. 30대 이하 청년창업가들의 모임인 실크로드CEO포럼 변희재 회장은 “정부의 인위적 부양 정책과 정보기술(IT) 투자 덕에 성장한 386 벤처 1세대가 독점 행태를 보이며 개인화, 파편화한 2030세대가 들어설 자리를 막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젊은이들이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창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기술과 혁신으로 무장한 젊은 벤처기업인을 우대하고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는 회사는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털도 늘어나야 한다. 벤처 1세대는 노하우를 후속 세대에게 전수하고 벤처 생태계를 키워 가는 공생(共生)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사설#밴처#공무원#신생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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