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해외 첨병들의 안타까운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우리 기업의 한국인 직원 8명과 외국인 직원 1명 등 14명을 태운 헬기가 페루에서 실종 4일 만에 발견됐다. 헬기는 암벽에 부딪혀 험준한 산악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는 눈이 쌓인 암벽 사이로 헬기 잔해가 널려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아직 시신이 모두 수습되지 않은 만큼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종자들은 페루 정부가 발주한 1조8000억 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프로젝트 후보지를 둘러보는 현지답사를 수행 중이었다. 삼성물산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한국종합기술 서영엔지니어링에서 발전(發電) 수자원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영업, 토목 엔지니어링, 도로 및 공항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사람들이다.

한국 경제가 우물 안에 갇히지 않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것은 해외시장에서 불철주야로 뛰는 기업 첨병들의 공로에 힘입은 바 크다. 국토는 좁고 자원은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기까지엔 해외시장 개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

1960년대 독일에 파견된 광원들은 막장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석탄을 캐서 받은 돈을 가난한 조국에 보냈다. 베트남의 전쟁터에서 기업의 지원인력들은 목숨 걸고 번 돈으로 2차, 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밑거름을 보탰다. 중동의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고 바닷물을 담수(淡水)로 바꾸는 기적을 연출한 건설근로자들, 서류가방 하나 달랑 들고 전 세계를 누빈 종합상사 직원들은 우리의 경제 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 이들은 전쟁과 재해가 닥쳐도 마지막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아 현지인들을 감동시켰다.

우리 기업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의 유전과 자원 개발을 위해 지구촌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해외건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불모지로 여겼던 아프리카와 남미에도 진출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통신장비 분야는 일본 중국 북미 유럽 등의 신규 시장을 뚫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식품 및 의료 산업도 한류(韓流)와 연계한 특수 시장을 개척 중이다. 페루에서 전해진 비보는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우리 경제 전사(戰士)들의 노고를 기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경제#기업인#해외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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