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첩 복역자 국회 입성’ 국민은 구경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주축을 이루는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이석기 국회의원 당선자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따른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 17일 일찌감치 국회의원 등록을 하고 금배지를 받아갔다. 이 당선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남한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다. 2003년 3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지도적 임무 종사)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그해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는 주체사상 포기라는 전향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통진당 비례대표 18번 후보인 강종헌 씨는 간첩죄로 복역한 사람이다. 만약 통진당 중앙위원회가 의결한 대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비롯해 비례대표 경선 참여자들이 모두 사퇴한다면 강 씨는 국회의원이 된다. 경선 부정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전향도 하지 않은 간첩죄 복역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에 입성한다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재일교포 출신인 강 씨는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나 감형돼 13년간 복역했다. 강 씨와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김현장 씨(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주범)는 “강 씨가 평양에서 간첩교육을 받고 유학생 신분으로 남한에 들어와 활동했던 모든 것을 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심지어 강 씨가 복역 후에도 여러 차례 북한을 오갔고, 지금도 간첩 활동을 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강 씨는 반국가단체인 재일 한국민주통일운동연합의 조국통일위원장과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해외본부 사무차장을 지냈다.

통진당 비례대표와 지역구 당선자 13명 가운데 민족해방(NL)계는 이석기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당선자와 김선동 의원 등 6명이다. 이전에도 NL계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다수가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從北) 주사파였던 사람들이나 간첩죄 복역자가 지금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과 북한관(觀)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국정을 다루고 법을 만드는 국회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다.

국회의원은 국가기밀 열람권을 갖는다. 국회 정보위는 국가정보원 예산 등 대외비 정보를, 국방위는 대북정보망과 한미연합사전략 등 핵심 군사기밀을, 외통위는 북한 미사일 및 핵 개발과 관련된 정보 등을 다룬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갖는 만큼 이들이 의정 활동을 내세워 반국가적 행위를 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통진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한 자리까지 요구하는 판이다. 국민은 간첩 복역자와 주사파의 국회 입성을 구경만 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한 심경이다.
#사설#통합진보당#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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