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그룹 놀라게 한 고졸사원의 능력과 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삼성그룹은 올해 처음 시작한 고졸 공채에서 당초 계획보다 100명 늘린 700명을 채용했다. 삼성전자 원기찬 부사장은 “채용된 고졸자 가운데 20%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 당장 실무에 투입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고에 진학한 학생, 대학보다 기업에서 회계 실무를 익히는 게 낫다는 소신을 가진 학생이 삼성에 입사했다. 삼성이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연구개발직에서 고졸사원을 뽑은 것은 10여 년 만의 일이다.

삼성은 이번을 포함해 올해 총 9100명의 고졸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삼성의 올해 대학졸업자 채용 규모인 9000명보다 많다. LG그룹은 5700명, CJ그룹은 2000여 명의 고졸 출신을 채용한다. 23개 공공기관은 정규직과 인턴 등으로 고졸자 4800여 명을 뽑는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공기업, 은행 등에서 고졸자 채용을 늘리면서 올해 2월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31.8%로 지난해 27.9%보다 높아졌다.

대기업의 고졸 채용 확대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학력 인플레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다. 원 부사장은 “대기업의 고졸 채용이 늘어나면 학력보다 능력 위주의 인재 채용 문화가 예상보다 빨리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특성화고(실업고) 재학생에게 “우리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 젊은이들이 장래 희망과 상관없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고 보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대 30%에서 2008년 83.8%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72.5%로 3년째 하락했다. 최근 대학교육은 교육 내용이나 취업 면에서 만족도가 낮다. 대학의 무사안일 풍토를 쇄신하고 기술직 일자리와 연계된 특성화고를 육성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대졸자의 대기업 일자리는 크게 부족한 반면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2만 명이 넘는다. 대학을 나와 할 일 없이 놀면서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청년 구직자들이 여전히 많다. 좋은 중소기업을 찾아내 전문가의 객관적인 인증을 거쳐 구직자들에게 안내하고 취업 지도를 하면 일자리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그룹#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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