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무관세 삼겹살 수입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던 정부와 대한양돈협회가 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파국을 모면했다. 하마터면 돼지 출하 중단사태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양돈농가들의 고충이 가중될 뻔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저가 미국산 돈육과의 가격 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이 두려움의 실체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수입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 또한 치열하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면 유통마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돈육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에 비춰볼 때 현재 양돈농가는 사료값 등 생산비 폭등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돼지고기값이 너무 비싸다고 외면하고 있다. 국민이 즐겨 찾는 삼겹살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가격이 인하되고 있지만 음식점 등에서는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는 많은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높은 유통마진이 돼지고기 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유통마진은 국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아 미국산 수입 냉동 돼지고기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돼지고기 유통마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통상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의 유통구조는 ‘농가→도축장→경매사→도매유통업체→정육점·식당→소비자’의 단계로 이뤄지며 각 단계를 거치면서 값이 오른다. 예를 들어 양돈농가에서 kg당 5000원에 출하된 돼지고기는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 1만2000원에 팔린다. 양돈농가는 싼 값에 돼지를 내다 팔고 소비자는 비싼 값에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구조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유통단계를 일부 생략하거나 유통마진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양돈농가와 도축·가공·도매·유통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통합 유통시스템을 제안한다. 양돈농가는 도축·가공·도매·유통을 전담하는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고 계약 마릿수에 따라 돼지를 공급하면 된다. 전문회사는 그 외의 모든 과정을 대규모 공장 안에서 일괄처리하고 유통망을 통해 돼지고기를 거래처에 공급하면 된다.
이런 유통시스템을 통한 최종 소비자 가격은 kg당 8000원대로 현재 가격과 비교할 때 25%가량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어 소비 활성화와 함께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다. 하지만 유통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업자들은 대부분 영세해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한미 FTA 파고를 넘으려면 절망하기보다 과감히 맞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양돈농가와 각 유통단계에 참여하는 업체 그리고 정부가 우리 먹거리를 지키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창조력을 발휘한다면 새로운 유통시스템의 구축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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