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자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은 “2008년 촛불집회 4주년인 5월 2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4년 전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크게 증폭시켜 수개월간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핵심 세력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시 한 번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2008년 촛불시위는 MBC ‘PD수첩’의 보도로 촉발됐다. PD수첩 보도와 관련해 대법원은 MBC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결했다. 이번 미국 소의 발병은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돌연변이에 의한 광우병이 다른 소에서 추가로 발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정부도 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일단은 사태 추이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앞세운 미봉책이자, ‘과장 광고’였다. 국가 간 교역에서 ‘즉시 수입 중단’ 같은 극단적 조치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합의를 통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즉시 수입 중단’이 과도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지금 여야는 당시의 신문광고를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4년 전과 똑같은 미봉책을 선택할 수는 없다.
당시의 광고 표현이 문제라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때 나온 ‘어떤 유언’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고 돼 있다. 우리 사회가 또다시 이런 거짓과 괴담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