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문수 출마 선언과 안철수의 경우

  • 동아일보

김문수 경기지사가 어제 새누리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이재오 의원도 곧 출사표를 던질 태세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박(非朴) 후보들의 경선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판이다. 민주통합당 소속 대선 후보군과 함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장외(場外)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출마를 선언한 뒤 “막연한 대세론을 갖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은 4·11총선 승리로 새누리당 내에서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박근혜 추대론’을 띄운다. 하지만 대세론은 유력 주자의 ‘심기 경호’에 급급하고 변화무쌍한 민심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조차 “박 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많은 후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선을 치르면 총선 승리 이후 느슨해진 새누리당 체제에 긴장감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대선 후보라면 누구든 검증의 무대를 피할 수 없다. 대통령 5년 임기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선 후보들의 자격과 능력, 소명감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여유를 갖고 소상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 후보의 검증 회피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제원과 성능을 숨기는 일과 같다.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은 객관적 정보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겨루는 안 원장은 2000년 영화 ‘더 컨텐더’를 본 소감에서 “사생활은 지도자의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인용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사생활도 검증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대통령 당선 후 사생활 문제가 뒤늦게 드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안 원장은 총선 때도 외부 강연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강연정치를 했다. 그가 ‘학기 중’이라는 이유로 검증의 무대에 서는 시기를 미룬다면 ‘꼼수’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는 학기가 끝난 뒤 시작하더라도 대선 도전 여부는 지금이라도 밝히는 게 도리다. 이를 피한다면 검증과 평가 회피다. 안 원장은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 컴퓨터 보안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두고 따뜻한 품성으로 인기를 끌었더라도 정치적 검증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김문수#대통령 경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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