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영호 같은 저돌 충성파, 지도자에게 위험하다

  • 동아일보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자청해 스스로 불법 사찰의 증거를 인멸한 ‘몸통’이라고 주장했지만 왜 고용노사비서관이 사찰에 관여하고 은폐를 위한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 의문투성이다.

청와대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측근인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장석명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각각 4000만 원과 500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주무관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향이 같은 이른바 ‘영포(영일·포항)라인’이다. ‘왕(王)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를 청와대에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비서관은 2010년 청와대 근무 시절 자신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올렸다는 이유로 한 행정관에게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린 적도 있다. 장관급인 윤진식 정책실장이 만류하는 데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의 비선(秘線)인 공직윤리지원관실도 이 연장선상에서 ‘오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공직 시스템 내에서 학연 지연 등 연줄이 기승을 부리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동류(同類)의식에 젖어 서로 조심을 안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호남, 386 정권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이명박 정권도 그 전철(前轍)을 어김없이 밟고 있다. 21세기 민주화 시대에 구시대의 부정적인 유산(遺産)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대통령이 영포 라인을 챙길수록 이들은 청와대 안팎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전횡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이 점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근원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 지도자는 이 씨 같은 열렬 충성분자를 경계해야 조직에 건강한 긴장을 불어넣고 낭패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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