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론스타 먹튀’ 공격, 결국 노조 몫 챙기기 의도였나

  • 동아일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고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와 협상에 나선 2010년 11월부터 하나금융과 론스타를 공격했다. 대규모 거리행진, 야외집회, 언론매체 광고, 총파업 결의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협상 반대투쟁을 벌였다. 노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문제와 론스타의 ‘먹튀’에 따른 국부 유출 우려도 거론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과 합의한 내용을 보면 이들이 진심으로 국부 유출을 걱정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문 요지는 ‘적어도 5년간 합병하지 않으며 이후에도 대등 합병 원칙을 지킨다. 외환은 임원진 과반수를 외환은 출신으로 한다. 독립경영 보장한다. 인위적인 인원감축 없다. 영업점 안 줄인다. 급여와 복지후생 제도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가 그렇게 우려하던 ‘먹튀’를 막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 노조는 이 합의문을 대단한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있다. 외환은 노조의 진짜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뒷전으로는 사익을 추구하면서 공적 명분을 앞세운 외환은행 노조의 행태야 그렇다 쳐도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한 몸이 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장래다. 하나금융이 4조40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이 은행을 인수한 것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 경영개선 조치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연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협상 타결 발표장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나와 하나금융 회장, 외환은행장,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했다. 총파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협상에 적극 개입한 증명사진이다. 당국의 압박이 하나금융의 양보를 유도해 이 은행의 장래를 더 어둡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노조는 ‘돈질’과 자리 보장으로 일단 무마했지만 인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줄소송이 남은 불씨다.

론스타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교훈을 남겼다. 금융위기와 은행 부실이 얼마나 손실을 가져오는지 깨우쳐줬다. 안정적 경영보다 차익 챙기기에 급급한 해외 사모펀드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잘 알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반복된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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